나의 이야기

접시꽃 당신 (2017.7.22,토)

홍길동이 2017. 7. 2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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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흐린 날씨에 청라호수공원으로 자전거를 타러 갑니다. 호수공원 한바퀴돌고 심곡천 옆길을 따라 자이아파트로 해서 커널웨이로 크게 한바퀴 돌아 봅니다. 등짝에 땀방울이 나기 시작 합니다. 

 

접시꽃 당신

                     도종환

 

옥수수 잎에 빗발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불때까지는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았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카락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 나갑니다.

 

씨앗들이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은 망초대와 잡풀 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 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 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들어야 할

남은 하루하루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진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 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들처럼 부끄럼없이 살아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드려야 함을 암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 높음과 영육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의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의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듯 노랑꽃 핀 얼굴을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 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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