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는 그림의 제못이다.
이 그림은 고갱이 말년에 그린 그림이다. 인생의 말년, 그때쯤 되면 인생이 무엇인지 존재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건강도 좋지 않고 가난하고 사랑하는 딸마저 먼저 저 세상으로 보냈다면 이러한 물음에 대한 깊이는 더욱 더 깊어진다.
고갱은 인생의 말년, 고통스럽던 시기에 이 그림을 한 달 정도 걸려서 그렸다고 한다.
그림의 오른쪽 아래를 보면 아기가 누워 있다. 그 위에 두 여인이 무엇인가 비밀을 속삭인다. 인간의 탄생이 가진 비밀을 말하는 것일까?
그리고 중앙을 보면 젊은이가 과일을 따먹고 있다. 사과일까? 아닐까? 과일을 따는 젊은이 옆에서 소녀 한 명이 앉아서 과일을 먹고 있다. 이 두 사람의 모습은 현재의 우리를 나타낸다.
그리고 왼쪽 아래를 보면 한 노인이 웅크리고 있다. 귀를 막고 고통스러워 한다. 반면에 그 옆의 여인은 오른족 팔로 땅을 짚고 몸을 노인에게 기울여 무슨 말을 하는 듯 아니면 그 노인으로부터 무슨 말을 들으려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이자 죽음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한 인간의 과거, 현재, 미래 즉 탄생과 삶 그리고 죽음을 그려놓은 것이다.
그리고 왼쪽 상단에 타히티 섬 전설에서 내려오는 히나 여신이 그려져 있다. 전설 속의 여신을 그림에 도입한 것은 아마도 고갱이 피안의 세계를 상정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여신 옆에는 한 여인이 있다. 사람들은 이 여인이 바로 고갱의 죽은 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죽은 딸을 다시 환생시키고 싶은 아비의 마음이 묻어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무엇인가를 볼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눈을 이동시키며 본다(물론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다). 어쨌든 이 그림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즉 시계 반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즉 시계 반대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싶은 것일까?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함유하고 있는 이 그림의 의미와 맞물려 우리 시선의 방향을 역행하도록 한 것도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고갱은 원근법이나 다른 미술 기법들을 도입하지 않았다. 자신의 머머리에 떠오르는대로 손에 쥔 붓이 가는대로 모든 힘을 쏟아서 무의식과 상상력에 맡긴 채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을 보면 역시 고갱의 그림이 가지고 있는 강렬한 색이 눈에 띈다. 색채가 상당히 원시적이다. 그리고 자연 속에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고 있다. 배경도 인물도 동물도 고갱의 강렬한 색채 때문에 모두 상당히 원시적으로 보인다.
문명에 때묻지 않은 세계, 순수한 자연, 태고적 신비가 살아 있는 공간,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생, 그런데 우리는 지금 도심의 한복판에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지금 무엇을 하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금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어디서왔는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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