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부쳐
수팅 (중국 현대 여류 시인)
사람의 일생에는
수많은 정거장이 있어야 한다
바라건대 그 모든 정거장마다
안개에 묻힌 등불 하나씩 있으면 좋겠다
든든한 어깨로 울부짖는 바람을 막아 줄 사람이
다시 없을지라도
꽁꽁 언 손을 감싸 줄 하얀 머플러가
다시 없을지라도
등불이 오늘 밤처럼 밝았으면 좋겠다
빙설로 모든 길이 막혀도
먼 곳을 향해 떠나는 사람은 반드시 있으리라
수 많은 낮과 밤을
붙잡든 놓쳐 버리든
내게 조용한 새벽 하나를
남겨 놓고 싶다
구겨진 손수건을
축축한 벤치 위에 깔고
너는 파란 수첩을 펼친다
망고 나무 아래 지난밤 빗소리가 남아 있다
시 두 줄 달랑 적고 너는 떠나겠지
그래도 나는 기억할 수 있어
호숫가 작은 길에 쓰인
너의 발자국과 그림자를
헤어짐과 다시 만남이 없다면
떨리는 가슴으로 기쁨과 슬픔을 끌어안을 수 없다면 영혼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생은 또 어떤 이름일까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 여성 시인으로 문화혁명 기간 중 전구공 생활을 하면서 억압받는 여성 내부를 발견하고 자유와 사랑을 노래한 중국 3대 시인 중 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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