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와바 심보르스카(Wisława Szymborska)
두 번은 없다.
두 번은 없다. 지금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는
아무 연습 없이 태어나
아무 훈력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라고 불리는 학교에서
가장 멍청한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낙제란 없다.
똑같이 반복되는 날은 단 한 번도 없다.
똑같은 밤도 없고
한결 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커다란 소리로 너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것은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내게로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나는 벽을 향해 얼굴을 옮겨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던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부질없는 불만으로 두려워하고 있는가
너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서로 만나는 지점을 찾아보자.
우리가 비록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 지라도......
이 시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대표작으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있는 '두 번은 없다(Nic dwa razy)'이다.
사실 인생을 살며 두 번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이 시는 이런 와중에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부분까지 더욱 깊게 파고든다. 처음 대충 이 시를 한 번 보았을 때는 우리가 아무리 멍청한 학생일지라도 낙제가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인생에서 실패를 하더라도 학교에서와 같이 또 다시 학습하여 다시 도전할 기회가 없다는 말일까? 아니면 순간순간이 다르니 인생에서 완전한 실패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너무 어렵지만 nie będziemy repetować żadnej zimy ani lata.를 보면 우리가 아무리 멍청해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라도 학년이 반복되는 일은 절대 없다 고 한다. 나는 이걸 우리가 아무리 실패, 낙제를 한다해도 같은 학년, 즉 같은 인생이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즉, 인생의 모든 순간은 한 번 뿐이라는 것이다. 다음 내용 역시 같은 내용이다. 아무리 반복되는 일상이여도 오늘 보낸 하루는 단 하나뿐인 하루였고, 똑같이 입을 맞추고 바라봐도 입맞춤과 눈빛 역시 매순간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4, 5연 역시 한국말 번역본은 해석에 어려움이 있어 원본을 참고했다. 어제는 누군가 내 곁에서 너의 이름을 부르는걸 듣는것만으로도 마치 장미가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였는데, 오늘은 바로 그런 너와 함께하는데도 그 느낌이 바뀌어 나타나 있다. 좋기는 커녕 내 얼굴은 벽을 향할 뿐이라는 것이다. 나는 어제 무엇이 장미같다는 것이였을까. 과연 그 장미는 꽃이였을까, 돌이였을까. 나는 이러한 심오한 물음에 다시 한 번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은 한 번 뿐이며, 따라서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당연하면서도 진부한 사실을 깨달았고, 작가가 일상적인 예를 통해 더욱 살에 와 닿게 깨우쳐줌을 느꼈다. 이를 이해하고나니 다음 연의 내용들을 받아들이는게 더욱 쉬워졌다. 나는 지금도 하나뿐인 순간을 살고있고 이 순간은 다신 되돌아 오지 않고 사라진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은 아름답다.
그리고 특히 마지막 연이 인상깊었다. 두 방울의 물이 다른 것 같이 우리도 다르지만 합의점을 찾아가자고 한다. 세상 속 우리는 물방울과 같이 작아서 다 같아보이지만 다르다. 다르지만 두 물방울은 쉽게 한 방울로 합쳐진다. 이처럼 우리도 웃으며, 그리고 어깨동무하며 즐겁게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어떠한지 제안하는 듯하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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