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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홍랑의 묏버들가

홍길동이 2021. 10. 5. 22:17

"묏버들 가려 꺾어 임의 손에 보내오니
주무시는 창 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행여 밤 비에 새 잎이라도 돋아나면
초췌한 저를 본 듯 여기옵소서."
(고죽 최경창의 연인)

홍랑은 조선 전기 삼당시인(三唐詩人)의 한 사람인 최경창(崔慶昌)의 사랑을 받았다. 최경창이 1573년(선조 6) 북도평사(北道評事)로 경성에 가 있을 때 홍원의 관기였던 홍랑도 따라가 그 막중(幕中)에 있었다. 최경창이 이듬해 봄 서울로 돌아가게 되자 홍랑은 쌍성(雙城)까지 와서 작별하고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함관령(咸關嶺)에 이르러 날이 저물고 마침 비가 오자 "묏버들 갈이미지 것거 보내노라 님의손이미지/자시이미지 창밧긔 심거두고 보소서/밤비에 새닙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소서"라는 시조를 지어 최경창에게 보냈다. 그뒤 서로 소식이 끊겼다가 1575년(선조 8)에 최경창이 병이 들어 봄부터 겨울까지 병석에 누워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날로 집을 떠나 7일 만에 서울에 와서 병을 간호했다.

그때는 함경도·평안도 사람의 서울 출입을 금했고, 인순왕후 심씨가 승하하여 비록 국상이 지나가기는 했으나 평시와 같지 않은 때라 이들의 일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어 최경창은 벼슬을 내놓게 되었다.

홍랑은 이듬해 고향으로 되돌아갔으며 1583년(선조 16) 최경창이 죽자 몸을 단장하는 일이 없이 파주에서 무덤을 지켰다. 임진왜란 때 홍랑은 최경창의 시고(詩稿)를 등에 짊어지고 다녀서 겨우 병화에서 구했다. 홍랑이 죽자 최경창의 무덤 아래 장사지냈다.